Loading
검색 폼
close
검색 폼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로 347-11
T 02)793-9686F 02)796-0747
toggle close

선교와 사역

JDS를 마치며 – 이선경

  • 작성일자 : 2014.02.05
  • 조회수 : 2555

전 꽤 괜찮은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속한 곳이나 아이들이 속한 곳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필요하거나 남들이 피하는 일을 누군가 맡아서 해줘야 할 때, 전 제 몸을 아꼈던 적이 별로 없습니다.

 

재정에 있어서도 시댁이나 친정에 성의 표시를 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내가 드릴 수 있는 만큼이 아닌, 형편과 상관없이 언제나 드리고 싶은 양의 최대치에 맞춰 드리곤 했습니다.

다른 이들과 함께 차라도 마신 후 계산을 하게 될 때도 상대방이 먼저 낼세라 급하게 내가 먼저 내곤 했습니다.

아들이 없는 것이 평생 콤플렉스였던 엄마의 마음을 보상하기 위해 친정 일은 제 가정의 일보다 더 중하게 여기며 나서서 해결했습니다. 친정 일 하느라 시댁에 소홀하다는 얘기를 듣지 않기 위해 시댁 일에도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되도록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고 살려 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신세를 지게 되면 신세지는 내내 편안해 하지 않을뿐더러 어떻게든 그 만큼이나 그 이상을 갚으려 애썼습니다.

 

이런 분주함과 부담감은 과거에 대한 패배감과 후회감과 죄책감과 얽혀 제 속은 이미 엉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번 들추면 너무 괴로워지기 일쑤니 전 아예 제 상처들을 모른 채하며 살아가기로 작정 했더랬습니다. 이는 마치 최면 상태에 있는 거와도 같아서 한동안 그 사실 마저 잊고 있었기에 내적 치유 기간 동안 원치 않게 올라오는 나의 밑바닥 문제들은 나를 당황하고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내가 이토록 문제적 인간이었나. 내가 이토록 곪은 사람이었나.

 

강한 빛으로 주님이 임하셨습니다.

겉에서 보면 남을 배려하고 나를 희생하는 모습이 실은 ‘나’를 위해 행한 일이었다는 것을, 과거에 대해 후회하고 원망하고 괴로워하던 마음도 철저히 ‘나’ 중심의 인생이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어야 하며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는 강박, 내가 있는 곳에 불화가 있을 수 없다는 고집스러움, 내 자신이 양심 없이 뒷짐만 지고 서 있는 다른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될 수 없다는 교만함, 내 자신이 성실하고 희생적인 사람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아들 없는 내 엄마 아빠가 외로움을 느끼게 하기에는, 내 옆에 들러리 서주는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이 완벽하지 못한 것은, 그저 내가, 내가 용납할 수 없음일 뿐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한정되게 주신 재화를 계획성과 규모 있게 쓰지 못하고 부리는 호기는 인정과 나눔이 아니라 탐욕이고 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쓰는 마음 뒤에는 돈을 더 씀으로 해서 더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 관계에 있어 우선권을 잡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세상에 진정 두려워 할 자가 하나님 외에는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의에 맞지 않을 땐 간혹 맞서는 담대함도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하나님 진리 안에서의 고집과 독선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우리 네 식구의 수입원이 되는 남편의 병원이 망해 간다는 남편의 고백이 있었습니다. 환자들도 급격히 줄어들고 경쟁 병원도 새로 들어서서 이대로라면 문을 닫아야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이 시점에서 오히려 마음이 설렙니다. 지금까지 40년 조금 넘은 시간을 오직 나의 생각, 나의 논리로 살고, 결정하고, 선택하였던 나와 내 남편이 이제야 비로소 ‘주님 뜻대로’ 살 기회를 얻은 듯합니다. 모든 것을 무너뜨려 허무시고 새롭게 세우려 하시는 주님이 우리를 어떻게 인도하실지 저는 참 기대가 됩니다.

불같이 일어나는 병원자리를 주시리라는 믿음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어떻게든 성공시켜 주시리라는 믿음이 있어서도 아닙니다.

재화를 주시든 안 주시든, 세상적으로 잘 나가든 안 나가든, 이젠 무엇이 주님의 뜻인지가 중요합니다.

 

무엇을 하기를 원하시는지, 어느 길로 가기를 원하시는지 사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불안할 때도 있을 겁니다.

아마 걱정이 다시 올라오고 짜증을 낼 때도 있을 겁니다.

모교회가 이곳 온누리가 아닌지라 영적 갈급함으로 지칠 때도 있을 겁니다.

뜨겁게 눈물로, 온몸으로 드리던 이곳의 예배와 영적 동지들을 정말로 그리워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의 방식으로 내 지식으로 움직여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혼란스러워 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때면 눈을 감고 여기 JDS에서의 은혜들을 조용히 꺼내 볼 겁니다. 주님이 얼마나 저를 뜨겁게 사랑하시고 얼마나 큰 손으로 붙잡고 계셨는지 얼마나 세심하고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는지 기억해 낼 겁니다.

그리고 저에게 무어라 말씀하실지 그 소리에 잠잠히 귀 기울여 기다릴 겁니다.

 

모든 것을 허무시고 주님의 방식으로 저를 다시 세우고 계신 주님.

그 계획의 끝이 어찌될지 저는 알 수도 없고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저는 기대합니다. 순종합니다. 사랑합니다.